<김삼기의 시사펀치> 인사청문회, 증인·참고인 0명 행진

2026.09.15 08:22:46 호수 0호

후보자 말만 듣는 청문회, 무엇 검증하나

국회가 인사청문회 주간에 들어섰다. 지난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에 이어 15일에는 김승원·이형일·이소영 장관 후보자, 16일에는 강신철·홍지선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각각 열린다.

그러나 김성수 후보자 청문회에는 증인과 참고인이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고, 나머지 5명의 청문회에도 채택된 증인과 참고인은 없다. 후보자의 해명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사람 없이 질문하는 의원과 답변하는 후보자만 마주 앉는 ‘증인·참고인 0명 청문회’가 사흘 연속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증인과 참고인을 요구했지만 한 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이어 15일과 16일 청문회를 치르는 장관 후보자 5명을 검증하겠다며 증인과 참고인 90여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철거민 특별분양 의혹, 이형일 부총리 후보자의 경제 정책 등을 확인할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신청 명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김성수 후보자 청문회에 이어 나머지 5명의 청문회에도 증인과 참고인은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물론 야당이 신청한 90여명을 모두 불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와 전 정부 인사까지 무더기로 증인석에 세우면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가 정치공방으로 흐를 수 있다. 후보자 한 명을 상대로 수십명의 증인을 신청하는 방식은 여당이 전부 거부할 명분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야당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해서 필요한 증인까지 한 명도 받지 않는 것은 또 다른 극단이다.

증인과 참고인은 청문회장을 장식하기 위해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후보자 발언을 교차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다. 후보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을 때 관련자의 설명을 듣지 못하면 질문은 공중에 떠버린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후보자가 개인정보나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대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이를 부인하는 후보자의 말만 충돌하다가 시간이 끝나는 청문회를 검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증인·참고인 없는 청문회가 한두번에 그친다면 여야의 일시적인 협상 실패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보도된 집계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열린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 25차례 가운데 18차례가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정은경·정동영·정성호·윤호중 장관 후보자 등을 비롯해 증인 없는 청문회가 계속 반복됐다. 이번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와 5명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예외가 어느새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증인·참고인 0명 청문회’의 출발점은 지난해 6월 열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였다. 2000년 총리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뒤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채택되지 않은 첫 사례였다. 당시에는 ‘사상 처음’이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이례적이었지만 올해 한성숙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총리 청문회조차 두 번 연속 증인과 참고인 없이 열리면서 ‘증인·참고인 0명 청문회’의 문턱이 무너졌다.

여당은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정치공세 무대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직무수행 능력보다 가족과 주변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공세가 우려된다면 후보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증인을 걸러내면 된다. 야당의 과잉 신청에 대한 해답이 여당의 전면 거부일 수는 없으며 그 피해는 결국 후보자를 판단해야 할 국민에게 돌아간다.

더욱이 장관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하는 국무총리와 달리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국회가 후보자를 부적격이라고 판단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이를 법적으로 막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 인사청문회는 임명을 좌우하는 절차라기보다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국민 앞에 공개하는 절차에 가깝다. 그런데 증인도 없고 자료도 부족하다면 국민이 판단할 최소한의 근거마저 사라진다.

인사청문회법은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요구서가 출석일 5일 전까지 송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가 시한 직전까지 명단을 놓고 대치하다 합의하지 못하면 증인을 부를 법적 시간부터 사라진다. 겉으로는 협상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여도 5일 전 시한을 넘기는 순간 결과는 사실상 0명으로 확정된다.

여야가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동안 후보자는 검증의 가장 큰 고비 하나를 자연스럽게 넘기게 되는 셈이다.

여야 합의가 없으면 어느 한쪽도 증인을 부를 수 없는 방식은 다수당에 사실상 증인 채택 거부권을 준다. 이를 막기 위해 여야가 일정 수의 증인과 참고인을 각각 추천하거나 상대 정당이 신청한 명단에서 필요한 증인을 교차 선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후보자의 의혹이나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람으로 범위를 제한하고 신청 사유와 신문 요지를 공개해야 한다. 채택을 거부할 때도 ‘정치공세’라는 말로 끝내지 말고 증인별 불채택 사유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여야가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 내부의 중립적인 심사기구가 후보자와의 관련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어느 한쪽이 상대 정당의 증인 요구를 전부 막을 수 있는 구조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어느 쪽도 상대 정당의 요구를 통째로 묵살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증인과 참고인 채택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증인과 참고인 90여명도 지나치지만 0명은 더욱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당일 때 증인을 막고 야당이 되면 증인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이중적인 태도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청문회의 원칙까지 바뀐다면 국민에게 제도를 신뢰하라고 말할 수 없다. 오늘 야당의 검증을 차단한 여당은 언젠가 야당이 됐을 때 똑같은 벽 앞에 서게 된다. 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를 방해하는 자리가 아니라 잘못된 인사가 국정 실패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

후보자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검증을 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는 것이다. 철저히 검증한 결과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후보자는 오히려 더 큰 신뢰를 얻고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반대로 문제가 확인됐다면 임명 전에 바로잡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서도 훨씬 낫다. 증언할 사람은 없고 후보자의 답변만 남는 청문회에서는 국회도 후보자도 국민도 승자가 될 수 없다.

필자는 인사청문회의 성공을 낙마한 후보자 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청문회의 목적은 후보자를 떨어뜨리거나 무조건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직을 맡길 만한 사람인지 국민 앞에서 확인하는 데 있다.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없다면 후보자의 주장과 의원들의 정치공방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증인·참고인 0명 행진’을 멈추지 못한다면 다음에 검증받아야 할 대상은 후보자가 아니라 국회가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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