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부산의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가 관객의 춤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소규모 공연장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하면 해결될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도로 폭과 건축물 용도 같은 또 다른 규제가 길을 막고 있다. 합법적으로 운영하려 해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규제의 외통수’다.
부산의 인디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가 두 달간 문을 닫게 됐다.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해 온 오방가르드는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도록 허용했다는 이유로 부산 남구청으로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2개월 후폭풍
오방가르드는 2018년 문을 연 뒤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져 온 공간이다. 관객이 음악을 들으며 몸을 흔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기는 것도 흔한 풍경이었다. 문제는 오방가르드가 ‘공연장’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해 왔다는 점이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공연을 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공연은 볼 수 있지만 관객이 일어나 춤을 추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빠르게 커졌다.
음악계에서는 라이브 공연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였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음악에 반응하는 춤은 죄가 아니다. 낡은 규제를 깨겠다”며 제도 개선 의사를 밝혔다. 국회에는 일반음식점이나 유흥주점과 별도로 소규모 라이브 공연장을 제도권 안에 둘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의원도 지난 9일 음악 실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소규모 음악 공연장’으로 따로 규정하고, 춤과 주류 판매 등에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의 공연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렇다면 애초에 일반음식점이 아니라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하면 되는 것 아닐까? 겉으로 보면 간단한 문제지만 현장에서는 이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소규모 라이브클럽이나 문화 공간 상당수가 공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음식·주류 판매부터 대관, 촬영, 굿즈 판매, 팬미팅까지 여러 형태의 영업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법상 공연장은 단순히 무대가 있고 공연이 열린다는 이유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음식점선 관객 춤추면 영업정지
공연장 전환하려니 접도 기준에 발목
공연을 주된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시설이어야 하고, 연간 90일 이상 또는 계속해서 30일 이상 공연에 제공하는 시설이라는 기준도 적용된다. 문제는 이 기준을 충족해 정식 공연장으로 운영하려 해도 공연법만 통과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연장으로 등록하려면 건축물의 용도부터 관련 기준에 맞아야 한다. 여기에 건축법과 도시계획 조례, 소방·안전 기준 등이 차례로 따라붙는다. 특히 서울의 일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500㎡ 미만 소규모 공연장이 들어서려면 건물이 들어선 대지 너비가 12m 이상 도로에 접해 있어야 한다.
홍대처럼 공연 문화가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에서는 이 조건부터 충족하기 어렵다. 작은 공연장 상당수가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 규정은 공연장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주거 기능을 보호하면서 일정 범위의 상업·문화시설을 허용하는 지역인 만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로 인한 소음이나 교통 혼잡, 안전 문제 등이 주변 주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역시 공연장 등 일부 시설에 접도 기준을 두는 이유를 주거 환경 보호와 연결해 보고 있다. 문제는 공연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이 기준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면적이 500㎡ 미만이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지만, 500㎡ 이상이면 ‘문화 및 집회시설’에 해당한다.
그런데 서울시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500㎡ 미만 공연장에는 12m 도로 접도 조건이 붙는 반면, 일정 규모 이하의 문화 및 집회시설 공연장에는 같은 방식의 12m 접도 문구가 없다.
수백명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보다 수십명에서 100여명 안팎이 찾는 작은 공연장이 도로 폭 때문에 더 까다로운 입지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안전을 위해 만든 기준이 오히려 골목을 기반으로 성장한 소규모 공연 문화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도로 폭은 사업자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방시설을 보강하고 출입구를 넓히거나 방음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건물 앞 6~8m짜리 골목을 사업자가 12m로 넓힐 수는 없다. 공연장으로 적법하게 전환하고 싶어도 건축물 용도변경 단계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작은 공연장 가로막는 ‘12m 도로’ 조건
마포등록공연장 45곳 중 25곳 좁은 골목
<일요시사>가 만난 서울 홍대의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을 운영 중인 A 대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A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대관과 촬영, 공연, 굿즈 판매, 팬 교류 행사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공연이 열리는 모습을 두고 민원이 이어지면서 소방시설과 건축물 용도 등에 대한 점검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건축물 용도는 ‘소매점’이었다. A씨는 올해부터 구청과 적법한 운영 방안을 논의하며 용도변경에 나섰다. 공연장 전환도 검토했지만 건물이 위치한 도로 폭이 6~8m에 불과해 12m 접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공연장이 아닌 ‘촬영소’로 용도를 변경했다.
A씨는 “불법으로 공연장을 운영하고 싶어서 등록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호소했다. “공연장을 하겠다고 해도 도로가 12m가 안 되니까 용도변경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의 B 공연장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이곳은 건축물대장상 이미 ‘제2종 근린생활시설(공연장)’ 용도로 돼있었지만, 정식 공연장 등록은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공연을 이어가면서 연간 공연일 수가 기준을 넘었고, 결국 미등록 공연장으로 판단돼 500만원의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물 용도는 공연장이지만 정작 공연장 등록은 되지 않은 채 영업하다 처분까지 받은 셈이다. A 대표는 이런 문제가 일부 업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행정처분까지 받은 업장이 여러 곳이다. 공연장으로 바꾸려고 해도 접도 규정 때문에 안 되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일요시사>가 A 대표로부터 입수한 마포구 공연장 접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포구 내 등록 공연장 45곳 가운데 25곳(55.6%)이 폭 12m 미만 도로에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곳은 2024~2025년에 새로 등록된 곳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등록하지 못한 채 영업을 이어갈 경우다.
공연일 수를 세는 기준도 모호하다. 최근 소규모 공간에서는 무대 공연뿐 아니라 굿즈 판매, 기념 촬영, 팬미팅, 영상 촬영 등이 한 행사 안에서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 공연법 시행령은 연간 90일 이상 또는 계속 30일 이상 공연에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시설을 공연장 범위에 두고 있지만, 모든 행사를 단순히 날짜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문체부 역시 최근 국민신문고 회신에서 “공연장 여부를 판단할 때 시설의 주된 영업 실질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상품 판매나 선전에 따르는 공연만으로 연간 90일 이상 운영되는 공간이라면 공연장 등록 의무가 발생하는 시설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낡은 규제
업주들은 안전 규제를 없애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공간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안전 요건을 갖춘 소규모 공간에는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민간 공연 사업자들은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탄원서에서 “우리는 현재까지도 없었던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생하고 싶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