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쿼시 전 국가대표 감독 성추행 집단 고발 내막

2026.09.07 09:25:24 호수 1600호

“성관계 요구…신체 만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한민국 스쿼시 국가대표팀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전 국가대표 감독이 복수의 여성 선수들로부터 성추행·성희롱 및 인권침해 의혹으로 집단 고발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은 K씨가 국가대표 감독과 인천에서 스쿼시 지도자로 활동하던 시절 여성 선수들에게 성적인 언행과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던 시기에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해자 측은 스포츠윤리센터로부터 ‘사건 발생 뒤 10여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조사 착수가 어렵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대한스쿼시연맹에 직접 사실 확인과 조치를 요구했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K씨가 현재 대한민국 스쿼시 종목단체 핵심 보직에서 활동하고 있어 자체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진술

<일요시사>가 확보한 대한스쿼시연맹 제출 고발장에는 여성과 남성 선수를 포함한 A~F 등 6명의 피해 주장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피해자 측은 지난 5월28일 스포츠윤리센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고발자들은 이후 센터로부터 성폭력 관련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 이상 지나 조사 착수가 어렵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자, 지난 6월29일 대한스쿼시연맹에 다시 고발장을 제출하며 자체 사실 확인과 조치를 요구했다. 일부 피해 선수들은 K씨의 보복이 두려워 진술에 동참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피해 주장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는 A씨의 진술이다. A씨는 2012년 가을 당시 22세로 회식 2차 자리에서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K씨가 자신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K씨가 ‘증거가 있느냐’ ‘사람들이 믿을 것 같으냐’는 취지로 대응했고 결국 A씨는 수치심을 느껴 회식 장소를 빠져나와 귀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A씨는 이 같은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2015년 말 열린 대학 진학 축하 및 송별회 자리에서는 화장실 앞에서 K씨가 자신의 가슴과 성기 주변을 손으로 건드렸다고 주장했다.

단체사진을 찍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사건 다음 날 K씨에게 전날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K씨가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른 선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K씨가 오히려 해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을 이상한 사람처럼 만들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고발장에 등장하는 다른 선수들의 주장 역시 비슷하다. C씨는 고등학생이던 시절 K씨가 자신을 매트 위에 억지로 눕히는 심한 장난을 했고 자신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자 오히려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10년 지나 피해자들 다시 입 열어
미성년 선수 포함 복수 피해 사례

고발장에는 K씨가 C씨의 외모와 신체를 두고 성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C씨는 이후 대학에 진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 생활을 그만둔 것으로 적혀 있다. D씨는 2009년 전국체전 이후 회식에서 술에 취한 K씨가 자신을 모텔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또 다른 여성 선수 F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F씨가 달려와 이를 막았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2011년에는 회식장 인근 벤치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던 자신에게 K씨가 갑자기 입맞춤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F씨의 진술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신이 미성년자이던 시절부터 K씨가 자신의 가슴이나 속옷 등을 소재로 성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 또는 2004년 일본 대회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K씨가 숙소 방으로 자신을 불러 성인물을 틀어놓고 보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고발장에 담겼다. 지난 2009년 전국체전 때는 택시 뒷좌석에 함께 타고 이동하던 중 K씨가 D씨와 F씨에게 자신의 양쪽 볼에 입맞춤하도록 요구했고 몇 차례 거부하다가 결국 요구에 응했다는 게 F씨의 주장이다.

K씨는 당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훈련과 선수 생활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선수를 다른 선수들과 멀어지게 하거나 훈련에서 제외했다는 주장도 있다.

A씨는 K씨와 갈등을 빚은 뒤 오전 훈련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국가대표 선수였고 K씨는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A씨와 친하게 지냈던 또 다른 국가대표 선수 B씨까지 같은 훈련장에서 훈련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고발장에 적혀 있다.

피해자 측은 어린 선수들이 K씨에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대학 진학이나 국가대표 선발, 향후 선수 생활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는 K씨가 스쿼시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선수들이 부당한 행동을 겪고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피해자들은 과거 대한스쿼시연맹이 관련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과거 당시 연맹 간부에게 K씨의 성추행 및 인권침해 문제를 직접 털어놓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피해자는 당시 연맹 관계자에게 K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해 주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
시효 문제로 조사 난항

이에 연맹 관계자가 국가대표 감독을 교체할 시기가 됐고 K씨에게 사과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체육회가 공개한 제도 개선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개정된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성 비위행위의 징계 시효는 10년이다. 미성년자 폭력·성범죄에 대해서는 징계를 가중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시 격리 등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다만 고발장에서 언급한 ‘공소시효’와 체육단체 내부의 징계시효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는 행위가 일어난 시점, 피해자의 당시 나이, 구체적인 행위 유형, 당시 적용 법률과 이후 공소시효 특례 적용 여부 등을 각각 따져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10년이 지났으므로 모든 법적 책임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해자들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K씨가 대한스쿼시연맹 핵심 보직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K씨가 연맹 사무처 운영과 각종 대회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상처가 다시 떠올랐다고 호소했다. 특히 현재도 선수 생활을 하는 피해 주장 선수들은 대회장에서 K씨를 마주칠 때마다 심리적인 불안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한 피해자는 대회장 본부석에서 K씨를 볼 때마다 경기력이 흔들릴까봐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선수 생활 자체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독과 선수처럼 보호·감독 관계에서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추행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업무·고용 또는 그 밖의 관계로 인해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도 여기서 말하는 ‘위력’에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다.

“보복 두려워 침묵”

피해자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것도 쟁점이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도록 특례를 두고 있다. 일부 범죄는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시효가 추가 연장되고, 일정한 중대 성범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피해 당시 나이와 행위 발생 시기, 적용 죄명에 따라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과 아직 형사절차가 가능한 사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K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며, 10여년이 지난 사건을 거론한다는 것은 악의적으로 보인다. 증거조차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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