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미국과 가장 긴밀한 경제 동맹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가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유제품, 주류 등을 차별하고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고,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1930년 제정된 뒤 약 96년 동안 사실상 사문화돼있던 관세법 제338조를 꺼내 들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발표와 동시에 시행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고문에 서명한 것은 21일이지만 실제 50% 추가 관세는 오는 8월20일 오전 0시1분(미국 동부시각)부터 적용된다. 338조가 최소 30일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한 달은 단순한 행정 준비기간이 아니라 상대국에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협상 기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트럼프식 관세정책의 특징은 관세를 세금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먼저 높은 관세를 제시한 뒤 시행일까지 시간을 두고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관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상대국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인 셈이다.
이번 조치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캐나다 전체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와인과 하키용품, 시멘트 등에는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에너지와 칼륨, 핵심 광물, 일부 수산물 등 자국 경제에 필요한 품목은 제외했다. 감정적인 보복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계산된 압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세법 제338조는 외국이 미국의 상품이나 기업, 상거래를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한다고 대통령이 판단할 경우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국제분쟁 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강력한 통상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캐나다 다음의 대상이 한국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쿠팡 문제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했지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규제 문제를 단순한 국내 기업 규제가 아니라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22일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자인 그리녹스와 알티미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인들은 한국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계기로 쿠팡에 경쟁사보다 과도하고 차별적인 조사와 제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청원인 측의 주장일 뿐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장 자체보다 절차의 시작이다. 쿠팡 관련 사안이 미국 무역대표부의 공식 301조 관련 사건 목록에 올라갔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더 이상 한국 내부의 공정거래 논란만이 아니라 한미 통상 현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행이 미국의 상거래에 부당한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가 조사와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관세 등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에서도 핵심 수단으로 활용됐다.
특히 청원인들은 조사 요구를 넘어 한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와 서비스 제한까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이는 민간 투자자들의 요구일 뿐 미국 정부의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적극적인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다.
338조와 301조는 적용 절차와 법적 성격은 다르다. 338조는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발동되는 강력한 관세 수단이고, 301조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조사 절차를 거쳐 활용되는 통상 수단이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미국 기업이나 미국 상거래가 차별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시장의 힘을 활용해 상대국을 압박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쿠팡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될 경우 미국은 우선 301조 절차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만약 미국이 한국의 규제 전반을 미국 기업에 대한 구조적 차별로 해석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338조와 같은 강경한 통상수단이 정치적 압박 카드로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캐나다 사례는 338조가 더 이상 사문화된 조항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물론 쿠팡 문제 하나만으로 한국산 제품 전체에 곧바로 50% 관세가 부과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캐나다는 미국이 직접적인 차별 사례를 제시한 경우였고, 쿠팡은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등 국내 규제와 연결된 사안이다. 한국 정부가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법과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한다면 미국의 차별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상에서는 법률 못지않게 정치적 해석도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통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에서 한국 기업이 거둔 성과를 함께 연결해 자국 여론을 설득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강경화 주미대사의 최근 귀국도 관심을 끈다. 강 대사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외교부와 관계 부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과 한미 주요 현안을 협의했다. 외교부는 한미 관계 전반에 관한 협의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강 대사의 귀국이 캐나다 관세나 쿠팡 문제와 직접 관련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두 사안을 연결해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미국이 동맹국인 캐나다에까지 338조를 적용한 시점과 맞물려 주미대사가 귀국해 주요 현안을 협의했다는 사실 자체는 외교적으로 주목할 만한 일정이었다.
주미대사는 워싱턴의 분위기를 가장 먼저 읽는 자리다. 미국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와 언론, 싱크탱크, 기업과 투자자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쿠팡 문제가 어디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 미국이 한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안전, 공정거래, 노동 문제는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집행이 객관적이고 비례적이며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됐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국제통상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수단은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일관된 법 집행의 기록이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쿠팡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이전, 인공지능 규제, 온라인 광고, 망 이용 문제 등 다양한 디지털 정책이 앞으로도 미국 기업들에 의해 통상 장벽으로 제기될 수 있다. 개별 정책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더라도 미국은 이를 하나의 규제 묶음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미국 출국에 앞서 쿠팡 문제가 자연스럽게 협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면 미국의 오해가 풀릴 것”이라며 “쿠팡 이슈 하나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방미에서 미국 무역법 301조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상 분쟁은 관세가 발표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국이 ‘차별’이라는 명분을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한국은 관세율보다 먼저 그 명분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필자는 캐나다에 적용된 338조를 보며 한국 정부가 쿠팡 문제를 단순한 국내 규제 논란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법은 원칙대로 집행하되 미국이 어떤 논리로 이를 통상 문제로 확대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같은 논리와 같은 메시지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경화 대사가 워싱턴에서 어떤 메시지를 가져왔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캐나다 사례는 한국에도 분명한 교훈을 던졌다. 이제 동맹이라고 해서 통상 압박의 예외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 군사동맹과 경제 통상은 별개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으며 기업 규제와 데이터 정책까지 국가 간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캐나다를 향해 깨어난 338조가 곧바로 한국을 겨누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쿠팡의 301조 청원 역시 즉각적인 관세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오래된 법까지 되살려 동맹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한국은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명분을 만들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은 미국과 약속한 약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이 약속 자체가 338조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투자 이행 상황까지 통상 협상의 일부로 관리하려 한다면 앞으로는 기업 규제 문제와 투자 약속 이행 문제가 함께 평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한국은 국내 규제의 정당성뿐 아니라 한미 간 약속의 신뢰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통상 환경에 들어섰다.
오는 8월20일은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대한 50% 관세가 실제 시행되는 날이다. 그러나 한국이 더 주목해야 할 날짜는 트럼프 대통령이 338조를 다시 꺼내 든 7월21일일지도 모른다. 그날부터 미국 기업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언제든 통상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캐나다를 때린 관세의 파편이 한국까지 날아오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정부와 주미대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통상외교의 과제다.
<skkim596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