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소 봉쇄에 펜싱 국대, ‘남의 칼’ 들고 출국 촌극

2026.06.17 14:20:47 호수 0호

경찰, ‘올다르크’ 수사 착수
업무방해죄 혐의 적용 검토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개표소) 일대를 13일째 전면 봉쇄하면서, 입주 체육단체들의 업무 마비를 넘어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17일 체육계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오상욱, 송세라, 전하영 등 펜싱 국가대표팀 1진이 전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본인들의 펜싱 칼과 재킷, 펜싱화 등 필수 개인 장비를 챙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아시아선수권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과 함께 ‘그랜드 슬램’으로 묶이는 주요 대회다. 선수들의 장비는 핸드볼경기장 내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에 보관돼있었으나, 시위대의 점거로 출입이 막힌 상태다.

원우영 남자 펜싱 국가대표팀 코치는 “개인 및 새 장비들이 경기장에 있는데 출입이 막혀 선수들이 직접 장비를 구하며 조달했다”고 토로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팀 동료 등 다른 선수들에게 급하게 남의 장비를 빌려 비행기에 오르는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현재 해당 경기장에는 펜싱협회를 비롯해 9개 종목 협회가 입주해 있으며, 직원들의 출입이 막혀 국제대회 참가비 송금 등 기초적인 행정마저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해결을 위해 정치권도 나섰으나 이마저도 일부 시위 참가자의 강경한 태도로 무산됐다. 전날인 1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현장을 찾아 체육 단체당 2명씩 순차적으로 진입해 업무 물품만 챙겨 나오고, 이를 국민의힘 의원과 방송사 카메라가 동행해 생중계하는 방식의 중재안을 마련했다.

현장 다수의 동의로 진입 준비가 완료됐으나, 성조기를 두른 여성 A씨가 돌연 출입문을 붙잡고 저항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A씨는 개표소 내 투표지와 투표함에 대한 보전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약 2시간 동안 통행을 막아섰고, 충돌을 우려한 정치권과 체육단체 측이 결국 철수하며 진입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저지한 A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며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제 업무를 방해했는지와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강성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출입을 홀로 막아선 A씨를 ‘올림픽공원 잔다르크’라는 의미의 ‘올다르크’로 부르며 추앙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논란을 더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피해가 커지자 정부도 강경한 입장을 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윤 장관은 “검경합동수사본부 수사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모를 규명하고 국회 국정조사를 통한 제도 개선에 협력하겠다”면서도 “합법적 집회는 보장하겠지만 사적 검문이나 시설 점거 등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당한 권한을 가진 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며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경찰은 이미 수차례 경고 방송을 통해 사법 처리 방침을 밝힌 만큼, 채증 자료를 토대로 불법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와 엄정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시위가 뚜렷한 주최자 없이 자발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공권력 투입을 둘러싼 긴장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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