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트럼프·푸틴의 전쟁과 시진핑의 침묵

2026.06.13 07:35:07 호수 0호

강대국 대통령은 힘보다 절제 먼저 배워야

21세기 세계 정치는 다시 전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평화를 무너뜨렸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는 중동의 불안을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확산켰다. 한쪽에는 푸틴의 영토 집착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힘의 우위를 앞세운 압박 외교가 있다.

두 갈등은 지역 분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식량·에너지·금융·외교 질서를 흔드는 세계적 충격을 만들어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됐다. 4년이 넘는 전쟁 동안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은 이제 참호 속 병사들의 싸움을 넘어 드론과 미사일, 방공망과 위성정보가 지배하는 첨단 소모전으로 변했다. 도시와 발전소, 주거 지역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민간인 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군사적 피해는 더욱 막대하다. 국제 연구기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군사 사상자가 이미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전쟁은 영토를 둘러싼 분쟁을 넘어 양국 젊은 세대의 미래를 소모시키는 비극이 됐다. 시작은 지도자의 결정이었지만 대가는 국민이 치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총알보다 먼저 물가를 쏘아 올렸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전쟁에 휘말리자, 밀과 옥수수, 식용유,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동시에 급등했다.

세계 식량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에너지 가격 급등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불러왔다.

중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는 핵 문제를 넘어 국제 정치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됐다. 핵시설 문제와 제재, 대리 세력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중동은 언제든 더 큰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국제 유가 문제는 전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토를 둘러싼 재래식 전쟁이라면 중동 사태는 핵 문제와 종교 갈등, 석유 공급망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지정학적 충돌이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영향력을 가진 국가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은 중동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될 때마다 국제유가부터 확인한다.

실제로 중동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세계 증시는 흔들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운송비 상승은 다시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지지만 물가 상승은 전 세계 소비자가 함께 부담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밀가루와 가스 가격을 흔들었다면 중동 사태는 석유와 물류비를 통해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두 갈등의 공통점은 지도자의 성격이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는 점이다. 푸틴은 강한 국가와 잃어버린 제국, 역사적 영토 회복이라는 언어로 전쟁을 정당화했다. 트럼프는 협상가를 자처하지만 압박과 과시, 힘의 우위를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려 했다. 두 사람 모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 결과 전쟁과 충돌은 확대됐고 국민은 희생됐으며 세계 물가는 치솟았다.

그렇다면 푸틴이 아닌 다른 사람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면 침공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을 수 있다. 러시아에도 안보 불안과 나토 확대에 대한 불만은 존재했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키이우를 향한 탱크 진격으로 이어져야 했던 것은 아니다.

지도자가 제국의 향수보다 국민의 삶과 경제를 우선했다면 러시아는 제재와 고립 대신 유라시아 경제 강국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트럼프가 아닌 다른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이란 문제 역시 다른 방식으로 접근됐을 가능성이 있다. 핵 문제는 군사 행동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외교와 국제 사찰, 경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물론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중동 내 대리 세력 문제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군사력은 문제를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문제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전쟁은 적을 굴복시킬 수는 있어도 신뢰까지 얻지는 못한다.

여기서 비교해볼 만한 인물이 시진핑이다. 시진핑 역시 권위주의적 지도자이며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홍콩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 또한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하고 있으며 언제든 주변 지역의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을 평화주의 지도자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러시아처럼 대규모 전면 침공을 감행하지 않았고 미국처럼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반복하지도 않았다. 중국은 군사력보다 경제력과 공급망, 기술력, 외교력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을 우선해 왔다. 이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강대국 지도자가 힘을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세 사람의 성향은 분명히 다르다. 푸틴은 과거 영광과 역사적 영토 회복을 중시하는 제국형 지도자에 가깝다. 트럼프는 압박과 협상, 충격 요법을 즐기는 승부사형 지도자다. 시진핑은 체제 안정과 장기 전략을 중시하는 관리형 권력자다. 모두 강한 권력을 추구하지만 그 힘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절제할 수 있느냐다.

앞으로 강대국 대통령에게 필요한 성향은 단순한 강함이 아니다. 첫째, 자존심보다 국민의 생명을 우선하는 절제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군사력 사용 전 외교적 출구를 끝까지 열어두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 셋째, 국내 정치 위기를 외부 갈등으로 돌파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넷째, 역사적 원한보다 미래 세대의 삶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결국 푸틴의 탱크와 중동의 미사일은 서로 다른 전쟁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같다. 하나는 곡물과 에너지 가격을 흔들었고 다른 하나는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전쟁의 비용은 결국 각국 정부가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이 부담한다. 그래서 오늘날 강대국 지도자의 결정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물가를 결정하는 변수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같은 교훈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자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로 성장했다. 이 대통령의 판단은 국내 정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는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강한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자는 반대 세력을 침묵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반대 세력의 목소리까지 국정에 담아내는 사람이다. 국제 정치에서 강대국 지도자가 전쟁 버튼을 참을 줄 알아야 하듯이 국내 정치에서도 대통령은 권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더욱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통합의 정치이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다.

20세기 강대국은 얼마나 강한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핵무기와 인공지능, 드론이 결합한 21세기에는 얼마나 강한가보다 얼마나 참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전쟁과 갈등은 대통령의 결단으로 시작되지만 그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궁전에서 내려진 결정은 결국 참호의 병사와 시장의 서민에게 도착한다.

힘을 가진 자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힘을 쓰는 법이 아니라 힘을 참는 법이다. 그것이 전쟁을 막고 국민을 지키는 지도자의 가장 큰 책임이다. 21세기 세계 정치가 다시 평화를 원한다면 이제 지도자의 성격도 국가안보의 중요한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위대한 지도자는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kangjoomo@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