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천 계양구의 갤러리EOS가 작가 김단의 개인전 ‘기억과 공간’을 연다. 김단은 기억이 남긴 온도로 색을 쌓아 올리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최근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뒤얽힌 몽환적인 풍경을 선보인다.
김단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눌러뒀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마주한다. 그러면서 ‘내 안의 상처받은 작은 아이’를 작업의 원천으로 삼았다. 상처를 지우려 하기보다 그것이 현재의 자신을 이루는 단단한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작업 전반의 정조를 이룬다.
인식하고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얀 사슴과 동물은 작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이자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은유다. 화면 속 존재는 푸른 숲, 바위로 쌓인 해안, 분홍빛 식물이 가득한 들판 등 비현실적인 공간에 서 있다.
주변 풍경은 차갑고 어둡지만 사슴의 몸과 작은 새싹 등은 일부 밝은 색채에서 은은한 빛이 번지며 대비를 이룬다. 완전한 치유나 극복을 강요하지 않고 상처를 안은 채 스스로 길을 찾아 나아가는 존재의 모습은 유토피아적 상징으로 다가온다.
김단의 개인전 ‘기억과 공간’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그림자가 짙어지려면 그만큼의 빛이 필요하다’는, 즉 작용과 반작용의 인식이다. 그는 “내 그림자가 짙어졌음을 볼 수 있다는 건 내가 그만큼 강한 빛 아래 서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나아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슴과 동물은 존재의 은유
서정적 표면 가라앉은 어둠
작품은 표면적으로 잔잔한 서정성을 띠지만 기저에는 무겁고 어두운 정조가 흐른다. 하지만 어둠은 절망으로 수렴되지 않고 반작용처럼 발생하는 빛과 희망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화면 속에 미묘하게 배치된 밝은 유채색, 돌담 위에 돋아나는 작은 새싹, 사슴이 내뿜는 백색의 빛 등은 어둠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강렬한 희망의 징후다.
김단의 작품은 개별 장면인 동시에 서로 연결된 하나의 내밀한 서사를 완성한다. 수십년을 소급하는 어린 시절의 파편화된 기억은 화면 위에 다시 배열돼 구체적인 사건 대신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이동하며 한 존재가 상처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가게 된다.
조형적으로 안정되고 세련된 완성도를 보여주는 화면에는 비록 면적은 작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밝은 유채색의 미점이 존재한다. 무거운 감정의 무게를 견뎌내게 하는 색채는 관람객에게 깊은 위안과 안식으로 다가간다.
받아들여
김설화 갤러리EOS 큐레이터는 “기억과 공간은 속도의 시대에 우리가 상실한 내면의 감각을 복원한다. 김단이 캔버스 위에 펼친 기억의 온도와 빛은 치유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며 “전시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는 대신 관람객 각자가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진 상처를 대면하고 그 안의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김단의 화면 속을 거닐며 자신만의 보폭으로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갤러리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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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은?]
▲개인전
‘작용 반작용’ 아트플러스 갤러리(2024)
‘시대유감’ 남송미술관(2022)
‘달달한 어둠’ 선미술관(2020)
‘생명의 무게’ Able Fine Art NY Gallery(2016)
‘달을 품은 돌’ Able Fine Art NY Gallery(2016)
‘도취’ 서울미술관(2013)
‘슬픔에 관한 연구’ 인사아트센터(2011)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