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박상용 검사 논란, 수사는 어디까지 허용되나

2026.05.20 07:48:38 호수 0호

탕수육·소주·연어 논쟁 속,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정의’의 충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박상용 검사 징계 논란이 단순한 개인 비위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수사 문화 전체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시작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의 징계 청구였다. 그러나 며칠 사이 검사·정치인·법조인들이 잇달아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논쟁은 검찰개혁 차원을 넘어 “수사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아이러니하다. 과거에는 “검찰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검찰이 너무 손발이 묶인 것 아니냐”는 반론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인간적 접근도 문제 삼는다면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논란은 지난 12일 대검 감찰위 결정에서 시작됐다. 대검은 박상용 검사에 대해 변호인을 통한 부당한 자백 요구, 수사과정 확인서 미작성, 음식물 및 접견 편의 제공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다만 민주당이 핵심 의혹으로 제기했던 이른바 ‘연어 술파티’ 부분은 직접 징계 사유에서는 제외됐다. 대검은 술 반입은 있었지만, 박 검사가 이를 몰랐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곧바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날 안미현 검사가 공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안 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자백 요구 음식물을 제공한 검사”라고 적었다. 그는 과거 소년범에게 “CCTV에 다 찍혔다”고 말해 자백을 이끌어냈고,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하자 사비로 시켜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

“탕수육을 먹고도 피의자는 자백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핵심은 단순했다. 검사들이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느 정도 인간적 접근을 하는 것은 오래된 현실이라는 이야기였다.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가세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나도 슬롯머신 사건 수사 때 정덕진 자백을 받기 위해 담배도 권하고 소주도 권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고문을 했다면 몰라도 단순히 음식이나 술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대검을 비판했다.

심지어 “그런 줏대 없는 짓을 하니까 검찰청이 없어진 것”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반격도 곧바로 나왔다. 14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준표 전 시장과 안미현 검사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관행이라는 말로 위법을 덮지 말라”며 “음식물 제공과 자백 유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미현 검사의 ‘탕수육 사례’를 두고 “전형적인 이익 유도 자백”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즉 검사들의 오래된 수사 방식 자체가 이미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불과 며칠 사이 검찰 수사 문화 자체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셈이다.

사실 이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탕수육이나 소주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수사란 어디까지 적극적이어야 하는가”다. 범죄 수사는 원래 매우 인간적인 영역이다. 피의자는 대부분 처음부터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거짓말도 하고 버티기도 한다. 그래서 검사와 수사관은 심리전도 하고 설득도 하고 회유도 한다. 때로는 인간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물론 문제는 선을 넘는 순간이다. 고문이나 협박, 별건 압박, 허위 회유는 절대 허용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와 인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법 시스템을 보면 오히려 반대 방향의 문제도 나타난다. 지나치게 절차 중심으로 흐르면서 정작 실체적 진실 접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필자도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얼마 전 한 지방법원 소속 중소도시 법원을 참관한 적이 있다. 그곳 판사는 원고와 피고의 말을 번갈아 들으며 거짓말을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자에게는 강하게 질타했다. 목소리도 컸고 감정도 꽤 실려 있었다. 심지어 고집을 피우는 당사자에게는 회유에 가까운 설득도 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재판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순간적으로는 수준 낮은 판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후 다른 법원 몇 곳을 더 참관해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지나칠 정도로 중립적이었다. 원고나 피고의 말을 조용히 듣고 “준비서면 제출하세요” “다음 기일 잡겠습니다” 정도만 말한 채 재판을 끝냈다. 겉으로는 점잖고 품위 있어 보였다. 법정 분위기도 충돌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오히려 핵심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해도 강하게 제지하지 않았고, 억지를 부려도 그냥 서류만 더 내라고 했다. 결국 재판은 길어졌고 당사자들은 시간을 끌었다. 처음에는 점잖은 판사처럼 보였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본질보다 절차 관리에만 집중하는 느낌도 받았다.

오히려 중소도시 법원 판사는 달랐다.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거짓말을 지적했고, 양쪽을 압박하며 사건을 앞으로 밀어갔다. 물론 다소 거칠어 보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재판은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최소한 사건을 방치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은 분명했다.

필자는 판사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면 안 되는데, 하물며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나 수사관이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질타도 필요하고, 설득도 필요하고, 때로는 인간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모든 말을 기계적으로 듣기만 해서는 실체적 진실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점점 반대로 가고 있다. 피의자 인권, 절차적 정당성, 정치적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괜히 압박했다가 논란이 될까 봐, 괜히 적극적으로 물었다가 문제 될까 봐 모두가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책임보다 무사함을 우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듯한 모습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사건은 끝없이 길어진다. 재판은 수년씩 이어진다. 피고와 원고는 서로 시간 끌기를 하고, 국민은 지친다. 사법 정의는 느려지고 실체적 진실은 더 멀어진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평범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 권위주의 수사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다. 고문과 강압 수사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적 접근과 설득, 일정 수준의 심리적 압박까지 모두 금기시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수사 시스템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위축 역시 또 다른 사법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박상용 검사 논란도 결국 그 경계선 위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검사의 인간적 접근까지 범죄 취급하면 누가 수사하겠느냐”고 말한다. 반면 다른 쪽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법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결국 사회 전체가 어디까지를 수사의 현실로 인정할 것인지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셈이다.

이제 공은 박상용 검사 징계 문제를 최종 판단할 법원과 법무부로 넘어갔다. 법원이 어디까지를 적법한 수사 기법으로 보고, 어디부터를 위법한 회유나 부당한 진술 유도로 판단할지에 따라 앞으로 대한민국 검찰 수사의 기준선 자체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박상용 검사 개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한국 사법 시스템이 “적극적 진실 발견”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절차 중심의 초중립 시스템”으로 더 이동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과연 대한민국 법원은 어떤 선을 긋게 될까?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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