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노화의 종말, 장(腸)의 시대 열린다

2026.05.16 08:26:45 호수 0호

세포 리셋과 <감정시계>, 인간 회복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지난 1월15일, 미국 FDA가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이끄는 생명공학 기업 Life Biosciences의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반 시신경 치료제 임상 1상을 허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은 AI와 반도체, 국제 정세 뉴스 속에서 이 소식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생명과학계는 이날을 꽤 상징적인 순간으로 받아들였다.

FDA가 연 ‘세포 리셋 시대’

“인간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공상과학의 영역에서 실제 의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두루원 미생물연구소가 정리한 전략기획 보고서를 접했다. “노화의 종말, 세포 리셋 시대가 온다”라는 제목부터 강렬했다. 단순한 건강 정보 수준의 자료가 아니었다. 세포 초기화와 줄기세포, 장내 미생물과 후성유전학, 재생의학과 인간 수명 구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미래 보고서에 가까웠다.

특히 “세포 리셋 기술이 문을 두드릴 그날, 당신의 몸은 과연 준비되어 있을 것인가”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인류가 AI를 만들어낼 만큼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정작 그 기술을 사용할 몸 자체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젊음을 되돌리려 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았고, 중세 귀족들은 젊은 피에 집착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했다. 인간의 몸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생명공학은 방향 자체가 달라졌다. 몸 전체를 억지로 바꾸려는 시대에서 벗어나, 세포와 장 환경을 하나씩 복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포 리셋 기술의 출발점에는 줄기세포 혁명이 있다. 1962년 영국의 John Gurdon은 개구리 핵치환 실험을 통해 이미 분화된 세포도 다시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후 교토대학의 Shinya Yamanaka 교수는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 상태와 유사한 iPS세포로 되돌리는 기술과 야마나카 인자(OSKM)를 규명했다.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 이후 Life Biosciences는 야마나카 인자 중 암 발병 위험이 높은 M(c-Myc) 인자를 제외한 OSK 인자(Oct4, Sox2, Klf4)만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인간 세포를 20~25세 수준으로 부분 초기화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FDA가 올해 1월 인체 실험을 허가한 것이다.

세계 의학은 왜 다시 장으로 가는가

세포 리셋까지 남은 골든타임은 약 10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노화된 세포가 다시 젊은 상태로 되돌아가려면 단순히 유전자 기술만 발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유전자 정보를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포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생명과학계가 그 핵심 공간으로 주목하는 곳이 바로 장(腸)이다.

우리가 흔히 ‘똥’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니라, 몸속 미생물 생태계의 결과물이자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배변량은 약 200g이다. 이 200g의 변 속에는 약 38조개의 장내 미생물이 산다. 이 미생물들은 식이섬유를 분해해 ‘기적의 물질’이라 불리는 뷰티르산(Butyric acid) 같은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은 장 상피세포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체 30조 개 세포 전반에 오토파지(세포 청소)를 유도한다.

결국 세포를 25세로 되돌리는 시대가 오더라도, 그 세포를 담아낼 몸의 환경은 장과 똥의 품질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장을 단순한 소화기관 정도로만 여겨왔고, 똥 역시 몸 밖으로 버려지는 더러운 배설물쯤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 생명과학은 이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이 면역과 염증, 감정, 노화, 심지어 뇌 기능까지 연결된 인체의 핵심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다. 그리고 하찮게 여겨졌던 똥 역시 장내 미생물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체 정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이 흐름을 오래전부터 주창해 온 인물이 있다는 점이다. 두루원의 송종섭 회장이다. 대중에게는 ‘똥박사’ ‘똥기사‘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수십년 동안 장내 미생물과 발효, 배변과 장 건강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까지 배변과 장 이야기를 하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금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이 수조원을 쏟아붓는 분야가 바로 장내 미생물 시장이다. 과거에는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던 이야기가 이제는 미래 의학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3일 열린 제7회 ‘똥의 날’ 기념식에서는 이 철학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두루원은 높이 185cm 규모의 ‘황금똥 동상’ 제막식을 진행했고, 송종섭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더 굵고, 더 부드럽고, 더 매력적인 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노화의 종말, 세포 리셋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건강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지나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인류는 지금 가장 원초적인 배설 행위 속에서 다시 생명의 본질을 발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는 생산과 축적에는 익숙하지만, 순환과 배출에는 서툴다. 자연은 순환하지 못하면 반드시 썩는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다.

<감정시계>와 ‘장 피로 사회’

여기서 더 큰 흐름 하나가 연결된다. 바로 인간의 감정과 장의 관계다.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 출신 강도형 박사는 저서 <감정시계>에서 “감정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뇌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그는 인간 감정의 상당 부분이 장 상태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장 환경이 무너지면 감정의 리듬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학계는 장을 ‘제2의 뇌’라 부른다. 행복 관련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장에서 생성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와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또한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뇌와 장의 중요한 차이는 접근 가능성에 있다. 뇌는 한번 손상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직접 접근도 쉽지 않다. 치매와 우울증, 파킨슨병이 아직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장은 다르다. 음식과 발효, 유산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비교적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뇌를 치료하기 전에 먼저 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흐름이 의학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많이 먹고 더 편하게 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예민하고 더 불안하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 알림 속에 갇혀 살고, 끊임없는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감정이 쉬질 못한다. 머리는 과열됐지만 장은 지쳐 있다. 정보는 넘치지만 회복은 사라졌다. 어쩌면 현대인의 병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장 피로 사회’ 자체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왜 마지막에서 진실을 확인하는가

인간은 가장 더럽다고 여기는 곳에서 가장 정확한 진실을 발견해 왔다. 미국 정보기관이 외국 정상의 배설물을 확보해 건강 상태를 분석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냉전 시기에는 소련 지도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변과 소변 정보를 분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인간의 입은 거짓말을 해도, 배설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사기관 역시 하수종말처리장의 물을 분석해 특정 지역의 마약 성분 농도를 추적한다. 인간이 버린 흔적 속에서 사회의 숨겨진 민낯을 읽어내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가장 마지막 결과물에서 가장 솔직한 진실을 드러낸다.

미래 의학의 핵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건강하게, 얼마나 안정된 감정 상태로 오래 사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루원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장 건강 차원을 넘어선다. 세포 리셋과 줄기세포, 장내 미생물과 감정 회복, 건강수명과 인간 유지 산업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미래 질문이다.

의학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심장이 인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뇌가 중심이라고 봤다. 그런데 이제 의학은 다시 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인간 몸의 면역과 감정, 노화와 회복이 모두 장과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장내 환경 변화가 인간의 정신 건강과 면역 체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토양 생명체의 시작은 토양 미생물이다. 강과 바다의 수중 생명체 역시 수중 미생물에서 비롯된다. 녹조와 적조 현상 속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장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몸 전체의 회복력 역시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똥의 양과 품질은 장내 미생물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에 의해 뇌세포를 포함한 인체 30조 개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간다. 똥은 장-뇌 축(Gut-Brain Axis)의 핵심이자 인간 회복의 출발점이다. 결국 인간 건강의 본질은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유전과학이 이끄는 ‘25세로 되돌리는 부분적 역노화 세포 리셋’ 기술의 상용화는 앞으로 10년 안팎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골든타임 10년의 준비 역시 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장의 상태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똥이다.

인류는 이제 가장 오래 소홀히 다뤄왔던 장과, 가장 오래 외면해 왔던 똥 속에서 다시 젊음과 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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