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연쇄살인이 뜸해진 까닭

2026.05.12 11:16:53 호수 1583호

범죄 사건이나 범죄자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떠올리게 되는 것은 대부분이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과 그 주범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연쇄살인 사건의 소식이 최근엔 비교적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총기 난사와 같은 다중 살상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연쇄살인’이 아니라 ‘연속 살인’이라고 하는 사건들이었다. 연쇄살인이나 연속 살인은 그 희생자가 다수라는 점은 같지만, 연속 살인이 살인과 살인 사이의 기간, 즉 소위 ‘냉각 기간’이 없는 반면에 연쇄살인은 대체로 이 냉각 기간을 가진다는 큰 차이가 있다.

연쇄살인이건 연속 살인이건 인간 사회에서 전쟁을 제외하고는 가장 잔혹한 범죄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참혹함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최근 연쇄살인 소식이 뜸해지거나 거의 들리지 않고 있어서 다행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살인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연쇄살인범이 뜸한 것 같은 이유는 살인 사건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연쇄살인이란 당연히 살인범이 잡히지 않고 살인을 연쇄적으로 계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최근 연쇄살인과 관련된 과학기술과 과학수사, 그리고 사회 전반의 환경과 상황의 변화가 연쇄살인범의 활동을 어렵게 하거나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연쇄살인의 조건이 살인의 연속성, 지속성인데 과거 대부분의 연쇄살인이 목격자가 없는 치안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관계로 검거가 쉽지 않아서 살인범이 연쇄적으로 살인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는 언제, 어디든 사람들을 감시하는 기계의 눈, CCTV가 지켜보고 있어서 현장과 이동 경로 모두를 샅샅이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어서 대부분이 예방되거나 살인범이 대부분 검거되어서 원천적으로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유전자은행의 설치와 유전자 분석, 쪽지문 분석, 영상이나 음성 증거 분석, 그리고 디지털 증거 분석 기술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살인범이 검거되면서 연쇄살인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 강국으로 스마트폰 사용 기록, 신용카드 사용 내력, 인터넷 접속 기록 등 디지털 흔적과 발자국들을 활용한 정보통신 수사가 범인의 검거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다. 또 제보 등 사건 해결의 중요한 자원이기도 한 시민의 참여와 협조도 범인의 익명성과 은신을 어렵게 해 연쇄살인을 현실적으로 크게 제약한다.

아울러 연쇄살인범들이 자신의 범행동기를 물리적 사인과 같은 전통적 수법으로 분노와 증오를 행동으로 실천했지만, 성 착취 폭력, 괴롭힘 등 각종 온라인, 사이버 범죄나 가스라이팅과 스토킹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연쇄살인이 뜸해진 이유의 하나라고도 한다.

과거 연쇄살인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살인의 동기를 가진 잠재적 살인범이 감시되지 않는 매력적인 표적을 대상으로 범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데, 물론 아직도 엽기적인 범죄의 동기를 가진 잠재적 범죄자는 여전하다.

따라서 그가 연쇄살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고, 근원적 동기를 연쇄살인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범죄로 대체된 범행으로 표출하면서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연쇄살인이라는 잔혹성이 또 다른 형태의 잔혹성으로 대체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영혼의 살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 성폭력 범죄가 사이버 공간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여러 피해자를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연쇄 범죄이자 연속 범죄이고, 성범죄가 영혼의 살인이라면, 그것이 곧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새로운 연쇄살인이요 연속 살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가 예전의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이 활동할 수 있었던 활동공간이 무너지고, 과학기술의 진전으로 인한 사람들의 생활유형과 일상 활동의 획기적인 변화는 범죄의 형태와 그 수법의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살인의 충동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 대상으로 했던 전통적 연쇄살인이 이제는 친밀한 관계자나 불특정 다수인으로 대체됐고, 활동공간이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 대체됐을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연쇄살인이 뜸해지긴 했지만, 이는 살인이 없어서가 아닌 형태나 표적, 장소, 수법이 대체됐을 뿐이다.

<yhl@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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