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가정의 달,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되는가

2026.05.09 08:58:36 호수 0호

집 지탱하는 선, 가정 지탱하는 신뢰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5일 어린이날이 있고, 5월8일 어버이날이 있으며, 5월15일은 가정의 날,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달력 곳곳에 가족을 기념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형제의 날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의 관계만큼 형제자매의 관계 역시 가정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점점 잊고 살아간다.

가정은 특정 관계 하나로 유지되는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의 선이 연결되어 완성되는 공동체다.

우리는 흔히 가정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가정은 ‘연결’이다. 부모와 자식의 연결, 부부의 연결, 형제자매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을 때 비로소 가정은 유지된다. 그래서 가정은 단순한 동거의 공간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공동체에 가깝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동시에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다. 결국 가정이 튼튼해야 사회가 튼튼해지고, 사회가 튼튼해야 나라 역시 흔들리지 않는다.

가정은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집의 구조와 가정의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집은 벽과 지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기선과 수도관, 가스 배관 같은 보이지 않는 라인이 살아 있어야 기능한다. 전기가 끊기면 불이 꺼지고, 수도가 막히면 생활이 멈추며, 가스가 끊기면 온기가 사라진다. 겉모습이 아무리 멀쩡해도 내부 연결이 끊어진 집은 사실상 기능을 잃은 공간이다.

가정도 다르지 않다. 관계의 선이 끊어진 순간, 같은 공간에 살아도 더 이상 공동체라고 부르기 어렵다.

몇 해 전 외곽의 한 전원주택을 찾았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외관은 훌륭했지만 전기와 수도, 가스가 모두 끊긴 상태였다. 집 안은 냄새와 습기로 가득했고, 단 몇 분도 머물기 어려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집의 본질은 구조가 아니라 연결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리 큰 집에 살아도 관계가 단절된 가족은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작은 집이라도 관계의 선이 살아 있으면 그 공간은 따뜻한 공동체가 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사랑과 존경의 라인이 있어야 한다. 부부 사이에는 협력과 책임의 라인이 필요하다. 형제자매 사이에는 우애와 배려의 선이 이어져야 한다. 이 선들이 살아 있을 때 가정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점점 이 연결을 약화시키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고, 부부는 역할보다 피로를 먼저 이야기하며, 형제자매는 성인이 된 이후 남처럼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농경사회와 대가족 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계의 라인이 존재했다. 할아버지와 손자, 삼촌과 조카, 사촌 형제들까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연결돼있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을 하고, 함께 명절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정서적 연결이 형성됐다.

그 시절의 가정은 단순히 혈연 집단이 아니라 삶 전체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였다. 관계의 선이 많을수록 사람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꼈고, 집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물론 과거가 무조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는 점점 개인화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은 늘어나고, 가족 간 대화 시간은 줄어들며, 관계는 점점 기능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 연결되고, 불편하면 쉽게 끊어진다.

마치 스마트폰 신호처럼 연결과 단절이 반복되는 관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완전히 혼자 살아가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정보화 시대와 스마트 시대를 지나면서 집의 연결 구조는 더 복잡해졌다. 가스는 배관으로 들어오고, 데이터는 와이파이 신호로 집 안을 채운다. 냉장고와 보일러, 조명과 도어락까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이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점 오프라인에서 멀어지고 있다.

집은 온(ON)라인으로 완성되지만, 사람은 오프(OFF)라인으로 완성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부모의 손을 대신할 수는 없고, 가족의 식탁을 대신할 수도 없다. 영상통화는 만남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포옹을 대신하지 못한다. 기술은 기능을 연결하지만, 사람은 감정으로 연결된다. 이 차이를 잊는 순간 사회는 더 편리해지면서 동시에 더 고립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문제는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도 연결된다. 사회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선 위에서 작동한다. 물류와 금융, 통신과 에너지 같은 시스템 라인이 끊어지면 사회는 흔들린다. 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의 신뢰가 끊어지고, 부부의 협력이 무너지며, 형제 간 우애가 사라지는 순간 공동체는 빠르게 약해진다.

결국 국가의 위기는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연결 약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정의 달 5월은 단순한 기념의 시간으로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날은 아이의 존재를 축하하는 날이어야 하고, 어버이날은 부모의 희생과 책임을 기억하는 날이어야 한다. 가정의 날은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날이어야 하며, 부부의 날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는 날이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형제의 날도 필요하다. 형제자매는 어린 시절 가장 오래 시간을 공유한 존재이자, 부모 이후 가장 오래 이어질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을 떠나기 전 전기와 수도, 가스를 확인한다. 연결이 끊기면 생활이 멈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가족과의 관계도 점검해야 한다. 부모와 마지막으로 긴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인지, 형제에게 먼저 연락한 적은 언제인지, 부부가 서로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관계 역시 관리하지 않으면 끊어진다.

그것은 전기선이든 수도관이든, 사람 사이의 신뢰든 다르지 않다.

보이지 않는 선이 집을 지탱하듯, 가족과의 신뢰가 가정을 지탱한다. 그리고 그 가정이 결국 사회를 지탱한다. 집의 라인이 살아 있어야 집이 기능하듯, 가족의 라인이 살아 있어야 공동체도 살아 움직인다. 가정의 달 5월, 우리는 집의 구조를 통해 다시 질문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연결은 살아 있는가. 무엇이 끊어졌고, 무엇을 다시 이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 가정은 다시 따뜻해지고 사회는 다시 든든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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