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정치, 정파 집단주의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과정상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기한을 한참 넘겨 떠밀리듯 획정된 선거구, 여야 양측의 원래 공언과 달리 다시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또 나타난 ‘위성정당’들…

자신의 사법적 취약성을 가리거나 개인적인 한을 풀고자 출마한 여러 후보자, 지역 연고는 무시하고 중앙의 전략적 계산만으로 결정한 정당 공천, 당내 비판 세력을 밀어내 구축된 사당(私黨) 조직, 상대 측을 악마화하는 흑백논리…

제대로 된 정책이나 공약 없이 감정적 선동으로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선거운동 등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이런 부끄러운 모습은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치기하고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혐오감마저 퍼뜨렸다.

선거 과정이 이 모양이었으니 솔직히 제22대 국회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과정상 생긴 여러 문제점, 특히 정파적 양극화와 국민적 불신감이 의정활동에까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선거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더 깊게 한다.

여야 진영 간에 힘의 균형이 존재할 때 양측은 국민 눈치를 보며 신중하게 중용적 기조와 타협적 전략을 취하는 일반적 경향이 있다.

선거 과정·결과로 인한 우려와 희망


반면 이번 선거처럼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는 다수 쪽(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소수 쪽(국민의힘)은 극한으로 저항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소수 측은 국정운영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 극렬한 전투태세로 행정부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다수 측의 독주는 큰 대립과 교착을 가져올 것이다.

또, 예상을 넘어 약진한 조국혁신당은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과 2027년 3월 대통령선거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국회를 다차원의 복잡한 갈등·혼란·불확실성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상당수 당선자들은 현재 이미 재판을 받고 있거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추후 고발당할 수 있다는 점이 22대 국회의 돌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재명)·조국혁신당(조국) 대표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든 간에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는 한국 정치의 오랜 특징인데, 특히 새 국회서 엄청난 폭발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우려만 있는 건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 과정상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커져 정치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새 국회에 작은 희망을 던진다.

여당은 권력의 오만과 소통 부족이 얼마나 큰 패배를 안기는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야당도 자기네를 정말 좋아서 지지하는 유권자는 일부 강성 추종자를 제외하고 별로 없다는 점, 대통령의 리더십 미흡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받았을 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착잡했을 것이다.

이 같은 쓴 교훈과 무거운 마음은 여야 당선자들에게 위기감을 가져온다. 특히 지난한 공천 및 본 선거 과정을 치열하게 거친 당선자일수록 들뜨기보다는 화난 국민을 달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개중엔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큰 성과를 거둔 듯이 의기양양 발언하고 개인적 분풀이 엄포를 놓은 미성숙한 당선자도 일부 보이지만, 대부분은 위기를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게 된 듯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희미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다. 당선자들은 선거 직후 느낀 위기의식을 등원 후에도 계속 견지해야 한다. 절실한 마음으로 정치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국민 불신감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교·안보·경제·고용·복지·인권·교육·환경 등 모든 영역이 격랑에 빠져 있는 현 상황서 국회가 계속 양극화되고 유권자가 심한 불신감·무력감에 시달린다면 국가를 이끌고 민주주의 가치를 세울 지도력과 원동력이 나올 수 있겠는가?

제22대 국회의 주역인 당선자들은 정치 양극화와 국민 불신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선 시대 상황을 직시하고, 의정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 두 과제는 깊은 연구, 고민, 논의를 요한다. 여기서는 문제 제기 차원서 간단히 방향만 짚어보도록 한다.

힘든 시대 상황 직시해야

우선, 현실정치는 시대에 맞아야 적실성을 띨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해야 한다. 오늘의 시대는 ‘전환’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탈 대중, 탈산업, 탈냉전, 탈물질주의, 탈경계 등 탈(脫)자 접두어가 시대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첨단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시대전환의 속도를 급격하게 높였다.

여러 갈래의 전환기적 조류는 특히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 탈냉전은 오래 억눌렸던 이념대립을 분출시켰다. 탈물질주의는 중간적 타협이 힘든 ‘삶의 질’ 이슈들을 둘러싼 문화 전쟁, 도덕 전쟁의 촉발을 가져왔다.

탈산업은 사회의 복잡성·불확실성을 높여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서 적응자와 부적응자의 간격을 넓혔다. 이처럼 시대적인 이유로 국민 전반에 정서적 양극화가 형성되고 있어 정치권도 양극적인 정치 대립구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서적 양극화는 고정된 두 사회집단(계층) 간의 실체적 대결이기보다는 유동성·비정형성·급변성이 큰 무형적 진영 간의 대립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희한하게도, 여러 전환기적 조류가 양극화와 동시에 파편화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산업은 산업구조를 복잡하게 분화시켜 사회 균열 구도를 파편처럼 조각냈다. 정보화는 정보 습득 비용을 낮춰 집단적 충성심을 낮추고 사회집단 간 경계를 허물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원자화되고 대중(mass)은 해체됐다.

탈물질주의는 경제적 계급 균열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사안을 단발적으로 쟁점화함으로써 사회를 파편화했다. 지구화도 지방-국가-세계 간 경계를 이완시켜 세계 차원에서는 융합을, 국가 내부에서는 파편화를 촉진했다.

이런 파편화 흐름 속에서 오늘날 국민 사이의 양극화는 정치권의 행태나 전략에 의해 단기간에 만들어졌다가 단기간에 사라졌다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양극적 대립구도는 지속되는데, 양 진영의 이념·성별·세대·지역별 구성요소는 일정하지 않고 시대적 맥락에 따라 쉽사리 바뀐다.

양극화 및 파편화에 연결된 전환기적 특징으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과 권위에 대한 불신감도 들 수 있다. 복잡한 시대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 같은 심리의 사람들은 한편으로 정치권의 감상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포퓰리즘에 이끌리고, 그때그때 시류에 의해 나타나는 어떤 정치적 표적(인물이나 단체)을 희생양 삼아 분노를 표출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 한다.

반면 다른 한쪽의 사람들은 정부·정치권은 물론, 사회 지도층 등 모든 권위에 대해 기본적인 불신을 갖게 된다. 어느 한쪽으로 강한 지지를 보낼 때가 있더라도, 충성스럽게 지속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런 성격의 국민을 잘 떠받들기란 쉽지 않다. 국민들의 정서적 양극화는 존재하는데 시대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급변하므로 각 정당·정파는 전략적 계산을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단기 이익을 위해 책략을 자칫 잘못 쓰면 국민의 정서적 양극화가 정치적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역효과는 정당·정파의 실리에 타격을 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심지어 국가 체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 그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집단주의 극복할 인식 패러다임을 향해

오늘날 전환기적 사회의 특징인 무정형의 정서적 양극화와 반(反)권위적 불신감은 주어진 상수(常數)다. 이 속에서 민주주의와 국가 체제가 큰 위기에 봉착하지 않으려면 제22대 국회가 작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작동의 패러다임이란 제도보다는 인식 틀에 관한 것이다. 국회는 수많은 제도 변화를 경험했으나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겪었다. 소위 ‘국회선진화법’ 사례가 보여주듯이 인식 틀의 근본적인 변화 없는 제도 개선은 정당·정파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의 무력감을 배가시킬 뿐이었다.

새 국회의 당선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인식 틀을 짜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까?

바로 정당·정파 집단주의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 양쪽으로 갈라져 경직된 양극적 집단 대결을 벌임으로써 입법 과정은 물론, 국정 전반을 마비시키고 선거를 흑백논리의 이전투구 판으로 만들어 유권자의 불신감·혐오감·무력감을 극대화했다.

물론 적당한 통일성을 갖춘 정당들은 민주주의의 필수고, 국회 입법 과정의 효율성·체계성·일관성·책임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건전한 정당들이 국회 작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과도하게 경직된 집단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한 정당 관계, 국회 운영, 민주주의 작동의 적절한 모델들에 대해 학계를 중심으로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돼있다. 이에 관한 구체적 고민은 지면 관계상 제22대 국회의원들의 몫으로 돌린다. 무엇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조문에 충실하도록 인식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들의 의지가 요구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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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