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탐구-완결편>좌절? 그게 뭔데! 우근민 제주도지사

“4년 후는 없다! 마지막 도전에 임하는 자세로 간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피를 말리는 ‘대역전극’이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개표 중반을 넘도록 좀처럼 표차를 줄이지 못하다 읍면지역 투표함이 막판에 열리면서 0.8%포인트 차이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동안 관선, 민선 등 모두 4차례나 제주도지사를 지낸 우 지사는 이로써 다섯 번째 제주도정을 이끌게 됐다.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 등 좌절 딛고 일어나
첫 역점 과제는 ‘제주해군기지 해법 제시’ 될 전망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해녀의 아들로 태어난 우근민 제주도지사. 평생을 제주도에서 살아온 토박이로, 그만큼 제주 지역정서에 밝다.

제주 토박이로
제주 정서에 밝아

우 지사는 군장교로 복무하던 1974년 합참의장 출신인 심흥선 총무처 장관의 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처 인사국장, 기획관리실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91년 처음 관선 제주지사를 지냈다. 처음 출마한 1995년 민선 초대 제주지사 선거에서는 맞수인 신구범 후보에게 밀리면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1998년, 2002년에는 잇따라 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간 우 지사는 관선·민선을 합쳐 4번 지사를 지냈다. 여기에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다시 제주도민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한 번도 하기 힘든 도백을 다섯 차례나 맡게 됐다. 두 차례는 임명직이었던 점을 차치하더라도 이는 지방정치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정치인으로서 굴곡이 없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숱한 시련과 역경이 그를 기다렸다.
가장 큰 고비는 200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에서 “신 전 지사가 축협중앙회장으로 재직할 때 대우 채권 같은 것을 사서 51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데 이어 2004년 4월 대법원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서 중도 하차한 것이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사 재임시절의 불미스런 전력은 최근까지도 그의 발목을 붙들었다. 6.2선거를 앞두고 그게 화근이 돼 결국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나중에 공천장을 준다 해도 찢어버리겠다”며 울분을 삼킨 우 지사는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 피 말리는 접전 끝에 현명관 삼성물산 전 회장을 누르고 신승했다.

좌절을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본인 말마따나 ‘6년 백수’는 결과적으로 절치부심, 와신상담을 위한 공백기였던 셈이다.
우 지사의 이런 강인함의 원천은 어린 시절 모진 가난을 견뎌낸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많다. 가난한 어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네 살 되던 해 아버지를 여읜 그가 오로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매달리면서 승부 근성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총무처 등 서울 생활을 하면서 쌓은 친화력과 폭넓은 인맥, 특유의 조직관리 능력도 그가 여기까지 오는데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지사는 선거기간은 물론 당선 직후에도 “4년 후는 없다”고 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자세로 도정에 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승부근성 생겨나

우 지사의 첫 역점 과제는 ‘제주해군기지’ 해법 제시가 될 전망이다.
우 지사가 이미 후보 당시 공약을 통해 일방적인 해군기지 공사착공 중단을 누차 강조했고, 합리적 해결방안 마련을 공언해온 마당에 해군측이 공사강행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우 지사가 도민갈등 해소와 소통 도정의 핵심사업으로 거듭 천명해온 해군기지 합리적 해법 도출에 대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에 따른 우 지사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그는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해군이 공사 강행만을 강조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해결 방안을 바라는 도민 여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지사는 “해군기지 갈등을 풀지 않으면 제주 사회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 한다”며 “제주도민, 국방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윈윈’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 지사가 경제공약으로 내놓은 ‘일자리 2만 개 창출’도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식품산업과 한방·바이오융합산업 등 5대 향토자원 성장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1500억원을 투자하게 될 ‘고품질 감귤 생산 및 감귤 클러스터 구축’ 방안은 감귤 생산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린 일자리 공약으로 평가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청년희망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었다. 우 지사는 “우수 중소기업에 1년에 500명씩 임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2년 동안 일한 청년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향토자원 5대 성장산업 육성 5280개 ▲첨단기술 4대 제조업 600개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7220개 ▲성장유망·타켓 기업 및 콜센터 유치 1500개 ▲중소기업 육성 연계형 일자리 1700개 ▲미래를 위한 인재육성 분야 3700개 등이 제시됐다.

일자리 2만 개 창출…희망청년 프로젝트에 눈길
“‘수출 1조원 시대 개막’ 임기 내 반드시 이룰 것”


연도별 일자리 창출 계획은 올해 1069명을 시작으로, 2011년 3095명, 2012년 3199명, 2013년 5606명, 2014년 7031명 등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예산 확보 계획은 물론 안정적 일자리 창출방안, 산업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스매치’ 해결 방안 등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 공론화 전략과 함께 국비 확보를 위한 중앙절충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우 지사가 약속한 ‘수출 1조원 시대 개막’은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바다. 이에 대해 우 지사는 “제주 수출은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수출입국의 변방이었고 사각지대였다”며 “수출정책은 도전과 개척의 경영마인드로 경쟁력을 갖춰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울산, 거제, 창원 등과는 다른 제주의 청정환경, 향토자원, 그리고 농수축산물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을 만들고, 수출경제의 활성화를 중장기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제조업의 한계에도 도전, 레저용 선박 부품 제조업, 레저스포츠용품 제조업, 스마트그리드 및 재생에너지 부품 제조업, IT융합산업 등 첨단기술 신성장 4대 제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주의 1차산업을 유통서비스 경영과 결합, 2~3차산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제주의 청정농수축산물과 향토자원을 활용한 ‘제주의 식품산업’을 대한민국의 대표적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 수출정책을 주도할 ‘통상마케팅본부’를 설치해 ‘통상마케팅본부 준비기획단’을 구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략 산업으로 물, 농수축산물과 같은 향토자원을 활용한 5대 신성장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우 지사는 또 영리병원은 일체의 논의를 중단해 줄 것을 도민사회에 요청했다. 우 지사는 “공공의료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일체의 논의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국인 카지노와 관련, 우 지사는 “경제적·재정적 이익과 더불어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한쪽 측면만 중시하다가는 제주 사회에 상당히 부담될 수 있는 현안이기에 도민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논의를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도민 역량을 결집하고 도민 사회를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환경 정책과 관련해 우 지사는 ‘선보전 후개발’ 방식을 기초로 환경과 경제의 통합, 주민 참여의 활성화, 갈등 예방 등 3대 방향을 적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그는 탐라천년 문화권 정립사업을 국책종합사업으로 추진하고, 문화예술정책은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확고하게 지킬 것과 저출산 탈피를 위한 출산율 2.0 제주플랜과 무상보육 및 무상급식을 통한 맞춤형 보육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것을 약속했다.

특히 우 지사는 특별자치와 국제자유도시라는 두 가지 제도를 충분히 활용, 동아시아 시대의 중심지로 웅비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가칭 ‘특별자치와 국제자유도시 글로벌 네트워크’를 창설해 제주가 동아시아 지역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온 몸 바쳐 제주
발전에 헌신할 것”

이에 대해 우 지사는 “이는 도정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종교인,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 도덕성을 요구받는 분들은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주셔야 한다”고 각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우 지사는 “제가 지사직에서 물러난 후 도민 여러분이 ‘우근민 도지사와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는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온 몸을 바쳐 제주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맹세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프로필
 
학 력
1958 ~ 1961 : 성산수산고등학교
1967 ~ 1971 : 명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학사)
1971 ~ 1973 :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경 력
1982. 08 ~ 1991. 03 : 총무처 인사국장 및 기획관리실장
1991. 03 ~ 1991. 07 : 제12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1991. 08 ~ 1993. 12 : 제27, 28대 제주도지사
1996. 09 ~ 1997. 03 : 남해화학 주식회사 사장
1997. 03 ~ 1998. 03 : 제17대 총무처 차관
1998. 07 ~ 2002. 06 : 제32대 제주도지사
2002. 07 ~ 2004. 04 : 제33대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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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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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