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화류계 신상털이’ 천태만상

남편은 오피스 단골 부인은 접대부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서 정보를 얻는다. 문제는 정보량이 폭증하는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게재하는 ‘신상털이’다. 화류계 관계자들은 1순위 표적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최근 들어 흔한 일이 됐다. 대형 사이트 가입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SNS 비밀번호도 속수무책으로 털린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점차 무감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에 내 개인정보가 게재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민감한 정보라면 타격은 더욱 커진다.

SNS로
신상공개

일반인의 감추고 싶은 정보를 SNS에 무단으로 게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SNS는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당사자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하나의 정보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종류의 SNS로 빠르게 퍼져 나간다. 

잘못된 정보일 경우에도 사후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SNS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동하는 경우도 빈번해, 확산 경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피해자는 화류계 관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화류계서 일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 모두 표적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화류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신상털이가 타당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화류계 정보가 SNS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그 사이 일반인의 신상 정보는 빠른 속도로 돌고 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만큼 전파 속도에는 가속이 붙는다. 나중에 가서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유포자가 검거돼도 신상 정보가 거론된 당사자의 피해는 보상이 불가능하다. 

SNS를 떠다니는 자신의 정보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거론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유흥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를 개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흥탐정은 남자친구나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해주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전화번호를 제공하면 그 번호로 유흥업소에 다녔는지 여부를 확인해줬다고 한다. 사이트는 8월에 개설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9월부터다.

성매매업소 기록 알려준다
돈 받고 민감 정보 건네줘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흥탐정을 운영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거래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36)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남자친구나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 여부를 정확히 알려준다면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유흥탐정은 개설 초기 3만원, 이후에는 5만원가량을 입금하면서 남자친구나 남편 등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성매매 기록을 조회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된 정보는 성매매업소 출입 여부만이 아니었다. 방문 날짜, 통화내역,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남성의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기록이 전달됐다.
 


A씨는 ‘골든벨’서 이 같은 정보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골든벨은 전국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이용하는 성매매 단골손님 데이터베이스다. 서울경찰청에서는 앞서 성매매 단골과 경찰 등 무려 1800만개의 전화번호를 축적한 DB업체를 검거했다. 

또 유흥탐정이 이 업체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유흥탐정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골든벨은 경찰 단속이나 악성 손님을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처음 적발 당시 DB에는 500여만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돼있었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당사자는 전국 성매매 업주에게 월 사용료 5만원을 받고 팔았다. 

업소 DB
골든벨 이용

2015년 11월부터 2017년 5월에 이르기까지 챙긴 돈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2016년에는 이른바 고객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 의혹을 받은 서울 강남 성매매 알선 조직 총책이 잡혔다. 당시 그가 관리했던 명단에는 22만명의 개인정보가 있었다고 한다. 이 명단에는 성매수자의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옆에 차종, 만난 장소, 직업 설명 등이 붙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업소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암암리에 퍼진 정보라고 한다. 문제는 명단 속 정보가 인터넷 등을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수백 명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명단을 공유하고 있고, 유흥탐정이 이 명단을 돈벌이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슷한 사례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

유흥탐정이 검거됐지만 모방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최근 텔레그램 등에서는 유흥탐정과 유사한 계정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원래 성매매업소서 일하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유흥탐정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신종 범죄 수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유흥탐정보다 그를 모방한 아류들이 더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월23일부터 9월3일까지 12일 만에 800여 건의 의뢰를 받았다. 이 과정서 수익은 3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찰은 현재 활동 중인 유흥탐정 아류업체들은 수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꼬리만 잡고 몸통은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의뢰한 사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흥탐정 A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또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똑같이 처벌하고 있다.


타인의 민감정보가 무분별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패치가 온라인을 달궜다. ○○패치는 연예 전문 매체 <디스패치>서 이름을 따왔다.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보도가 많은 <디스패치>처럼 폭로성 게시글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게 바로 강남패치다.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6∼7월경 만들어진 SNS 계정이다.

강남, 한남…
패치들 등장

강남패치 운영자 B(24)씨는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이 실제로는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스폰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폭로, 관련된 일부 연예인들을 거론했다. 특정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사진까지 버젓이 게시된 글은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SNS에 올라오는 글은 B씨가 직접 쓰거나 제보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예인도 강남패치 계정에 거론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한류스타, 아이돌그룹 멤버, 유명 배우 등이 유흥업소 종사자와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언급됐다. 유명 스포츠스타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 양 적혀 있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자극적인 소재의 글은 SNS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강남패치에 언급된 이들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몇몇 블로거들은 강남패치 계정 글을 그대로 따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두기도 했다. 

강남패치에 이름이 오르내린 연예인이 명예훼손 소송, 경찰이 수사 가능성을 말해도 B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신고로 계정이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계정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하기도 했다.
 

강남패치를 본떠 만든 한남패치(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의미의 한남충+디스패치)도 등장했다. 강남패치와 한남패치는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오메가패치, 실제 성병에 걸렸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남성들의 이름과 나이, 성병의 종류를 공개하는 성병패치, 유흥업소에 가는 것을 즐긴다며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한 논현패치 등 유사 계정이 쏟아졌다.

이 과정서 일반인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인 피해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게재된 글로 사회적 이미지 등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계정에 올라온 글을 접한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이 해당 내용을 사실로 받아 들여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자 경찰은 결국 수사에 나섰다.

2016년 8월 경찰은 강남패치와 한남패치 운영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패치 계정에 100여명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폭로하는 사진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B씨를 체포했다.

마구잡이로 신상공개
사이트 운영자 쇠고랑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제보를 통해 입수한 여성 피해자의 과거 유흥업소 종사 경력, 스폰서를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내용과 피해자의 사신을 올려 유포하는 등 약 한 달 동안 100여명의 과거 경력과 사진 등 신상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자신의 계정에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나를 고소하라”며 피해자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올리며 “홍보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등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B씨의 범행은 질투심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 조사서 평소 자주 가던 강남클럽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과 질투를 느껴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한남패치 운영자 C(28)씨도 검거됐다. C씨의 범행 동기는 성형수술을 망친 의사에 대한 앙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2013년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다섯 차례나 재수술을 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나고 우울증과 불면, 불안 증상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기 C씨는 강남패치에 올라온 글을 보면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고, 그 과정서 자신을 수술한 성형외과 의사를 떠올렸다. 결국 C씨는 비양심적인 남성들을 폭로하겠다며 한남패치를 개설, 일반인 남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개인 신상을 공개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법원은 1심서 강남패치 운영자 B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는 지난해 8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판사는 “B씨는 소문만으로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해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사적 영역의 피해자들의 실명, 사진과 함께 개인 신상 관련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면서 익명성에 기대 개인의 인격을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호돼야 하지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신상이 공개되며 피해자들은 가정 및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와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반성 대신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피해 결과도 심각해 유사 및 모방범죄까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위정보
심각한 피해

항소심에선 B씨의 형량이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장일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다수의 이용자가 보는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게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해자들의 다수에 이르고 피해 결과 또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B씨는 해당 게시물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사정을 비춰보면 허위란 점을 충분히 인식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NS 사생활 폭로 ‘연예인도 당한다’

SNS가 사생활 폭로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몇 연예인의 사생활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공개되면서 나온 말이다. 

누리꾼들은 적나라한 내용에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배우 류화영은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방송인 엘제이(LJ)의 SNS 글로 홍역을 치렀다. 실시간 검색어에 두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주장과 해명이 반복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쇼미더머니777>에 출연 중인 래퍼 디아크의 전 여자친구가 디아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SNS에 글을 올려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해당 여성은 이후 ‘합의된 관계’라고 입장을 번복했고 디아크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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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