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서준 헤이맨라이프 대표] 최근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매매의 합법화를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언론의 이슈가 되었다. ‘성노동자권리모임인 지지(持志ㆍGGㆍGiant Girl)’라는 단체는 성매매특별법이 성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ㆍ생존권 평등권ㆍ자기결정권ㆍ사회적 인격권 등을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요청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현재의 법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껏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렇게 법적인 부분에까지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 헌법소원은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그 향배는 어떻게 될 것일까.
성노동자권리모임인 ‘지지’는 현재 본격적인 헌법소원을 하지는 않은 상태. 다만 헌법소원을 위해 변호사 그룹에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따라서 적절한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이에 소송의 책임자로 나설 사람이 생겨나면 이들은 언제든 성매매의 불법과 합법의 문제를 공론화시켜나가면서 법적인 투쟁을 해 나갈 예정이다.
모두가 즐거운
행위가 불법?
그렇다면 이들이 과연 ‘성매매는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엇보다 이들은 해외의 사례를 강력한 증거로 삼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독일, 뉴질랜드에서 성매매는 합법적인 일이다. 또한 대만도 합법화를 위한 입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성매매의 합법과 불법 여부는 ‘영원한 진리’이거나 ‘태초부터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단지 한 사회의 판단과 사법 제도의 영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는 나라들은 대개 후진국이 아니라 우리보다 더 앞서 있는 선진국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복지 면에서는 한국을 뛰어넘는 나라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고정적인 판단 자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런 부분에서 보면 성매매 종사자들의 의견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무리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불법자’가 양산되는 만큼, 이 법이 이미 사문화되어 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 취재진은 실제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성매매 합법화 소송 준비
성매매가 합법인 해외 사례 강력한 증거로 내세워
“솔직히 요즘 성매매는 불법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 이곳에서 종사하는 여성들조차도 그런 불법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사람들이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법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좀 우습지 않은가. 거기다가 공무원도 성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성매매는 합법’이라고 계속해서 법적으로 고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범죄도 마찬가지다. 살인이 계속 일어난다고 살인을 합법으로 용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성매매의 경우 ‘피해자’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모든 것은 범죄라고 볼 수 있지만, 성매매는 유일하게 피해자가 없고 오히려 서로가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매매 합법화
가능성 낮다
더 나아가 성매매를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하게 되면 이 역시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 산하 기관이며 각 국가들의 에이즈 관리 및 예방사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UNAIDS는 ‘성노동을 비범죄화 하고 성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차별, 착취,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문을 밝힌 바 있다.
비록 성매매 여성들이 ‘창녀’ 등의 비하적인 표현으로 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개인의 ‘인권’의 차원으로 들여다보자면, 그들의 삶과 노동 역시 충분히 존중 받아야 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또한 그 어떤 범죄자들도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권고문이 현실적인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과연 향후 국내에서 성매매가 합법화될 가능성은 있을 것일까. 현재까지의 상황만 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아무리 선진 외국의 사례가 성매매를 합법화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여성단체들이 우선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내 남편ㆍ내 가족 성매매를 국가가 부추기는 꼴?
합법화 시 유흥가 증가로 사건ㆍ사고 가능성
결국 ‘성매매를 합법화 한다’는 것은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나의 애인, 남편이 성매매를 하도록 국가가 부추기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의 문제에서도 ‘성매매가 합법이다’라고 한다면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셀 수 없이 많게 된다.
특히 성매매를 합법화시켰을 때에는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유흥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지금보다 더욱 유흥가가 많이 늘어가고 그것으로 ‘도시의 밤’이 각종 사건ㆍ사고로 물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판사들이 과연 성매매를 합법으로 판단해줄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인 상황. 결국 ‘개인의 인권’의 차원에서 본다면 꽤 설득력 있는 논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사회적인 차원으로 확대해봤을 때에는 문제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성매매 합법-불법
논쟁 달아오를 수도
하지만 실제 성매매 노동자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인 단속을 억제하려는 또 다른 의도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매매가 꼭 불법만이 될 수 없다는 논쟁을 일으키면서 자신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의견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향후 성매매 종사자들이 헌법소원을 낼 경우, 우리 사회는 ‘성매매 합법-불법’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