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단체 성매매 합법화 추진 논란

  • 서준 www.heymanlife.com
  • 등록 2012.05.25 20:21:03
  • 댓글 0개

“성매매는 모두가 행복한 일, 합법화 하라”

[일요시사= 서준 헤이맨라이프 대표] 최근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매매의 합법화를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언론의 이슈가 되었다. ‘성노동자권리모임인 지지(持志ㆍGGㆍGiant Girl)’라는 단체는 성매매특별법이 성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ㆍ생존권 평등권ㆍ자기결정권ㆍ사회적 인격권 등을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요청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현재의 법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껏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렇게 법적인 부분에까지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 헌법소원은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그 향배는 어떻게 될 것일까.

성노동자권리모임인 ‘지지’는 현재 본격적인 헌법소원을 하지는 않은 상태. 다만 헌법소원을 위해 변호사 그룹에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따라서 적절한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이에 소송의 책임자로 나설 사람이 생겨나면 이들은 언제든 성매매의 불법과 합법의 문제를 공론화시켜나가면서 법적인 투쟁을 해 나갈 예정이다.

모두가 즐거운
행위가 불법?

그렇다면 이들이 과연 ‘성매매는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엇보다 이들은 해외의 사례를 강력한 증거로 삼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독일, 뉴질랜드에서 성매매는 합법적인 일이다. 또한 대만도 합법화를 위한 입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성매매의 합법과 불법 여부는 ‘영원한 진리’이거나 ‘태초부터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단지 한 사회의 판단과 사법 제도의 영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는 나라들은 대개 후진국이 아니라 우리보다 더 앞서 있는 선진국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복지 면에서는 한국을 뛰어넘는 나라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고정적인 판단 자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런 부분에서 보면 성매매 종사자들의 의견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무리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불법자’가 양산되는 만큼, 이 법이 이미 사문화되어 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 취재진은 실제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성매매 합법화 소송 준비
성매매가 합법인 해외 사례 강력한 증거로 내세워

“솔직히 요즘 성매매는 불법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 이곳에서 종사하는 여성들조차도 그런 불법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사람들이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법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좀 우습지 않은가. 거기다가 공무원도 성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성매매는 합법’이라고 계속해서 법적으로 고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범죄도 마찬가지다. 살인이 계속 일어난다고 살인을 합법으로 용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성매매의 경우 ‘피해자’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모든 것은 범죄라고 볼 수 있지만, 성매매는 유일하게 피해자가 없고 오히려 서로가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매매 합법화
가능성 낮다

더 나아가 성매매를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하게 되면 이 역시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 산하 기관이며 각 국가들의 에이즈 관리 및 예방사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UNAIDS는 ‘성노동을 비범죄화 하고 성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차별, 착취,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문을 밝힌 바 있다.

비록 성매매 여성들이 ‘창녀’ 등의 비하적인 표현으로 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개인의 ‘인권’의 차원으로 들여다보자면, 그들의 삶과 노동 역시 충분히 존중 받아야 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또한 그 어떤 범죄자들도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권고문이 현실적인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과연 향후 국내에서 성매매가 합법화될 가능성은 있을 것일까. 현재까지의 상황만 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아무리 선진 외국의 사례가 성매매를 합법화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여성단체들이 우선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내 남편내 가족 성매매를 국가가 부추기는 꼴?
합법화 시 유흥가 증가로 사건사고 가능성

결국 ‘성매매를 합법화 한다’는 것은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나의 애인, 남편이 성매매를 하도록 국가가 부추기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의 문제에서도 ‘성매매가 합법이다’라고 한다면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셀 수 없이 많게 된다.

특히 성매매를 합법화시켰을 때에는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유흥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지금보다 더욱 유흥가가 많이 늘어가고 그것으로 ‘도시의 밤’이 각종 사건사고로 물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판사들이 과연 성매매를 합법으로 판단해줄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인 상황. 결국 ‘개인의 인권’의 차원에서 본다면 꽤 설득력 있는 논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사회적인 차원으로 확대해봤을 때에는 문제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성매매 합법-불법
논쟁 달아오를 수도

하지만 실제 성매매 노동자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인 단속을 억제하려는 또 다른 의도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매매가 꼭 불법만이 될 수 없다는 논쟁을 일으키면서 자신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의견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향후 성매매 종사자들이 헌법소원을 낼 경우, 우리 사회는 ‘성매매 합법-불법’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